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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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은 누군가의 말마따나, 픽사는 대체 어떻게 된 집단들인지..이 인간들 정상이 아니다. 아주 약간의 기복을 빼면(그래도 전 작품이 평균치 이상) 첫 극장 상영작인 95년의 <토이 스토리>를 포함해 그 이후로 단 한편도 대충 하거나 죽쓰는 꼴을 못봤다. 소포모어 증후군 따위도 없었으며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도 볼 수 없다. (<카>는 못봤지만 나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말이 있었다고 한다. 전작인 <라따뚜이>개봉 후에, 픽사는 이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할 거라고, 픽사는 이제 내리막을 걸을 거라고. 그 우려들에 대해 픽사는 마치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고 응수하듯, 거대한 대작도 아니고 스펙타클한 모험물도 아닌 소소한 애정물(...)을 들고와서 전작을 가뿐히 뛰어넘어보였다. 감수성보다는 때려 부수는 영화의 박진감'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최악의 영화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전설이 되었던 윌 스미스나 찰톤 헤스턴처럼 지구에 혼자남아 외롭게 사는 로봇이 주인공인, 우울하고 소프트한 SF물 같지만 사실은 그 어떤 로맨스 영화보다 낭만적이며 블레이드 러너보다 암울한 디스토피아 영화이기도 하다.(이 영화같은 미래는 정말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다.)

킹콩이나 데이빗(A.I)보다 외로웠을지 모를 월E가 '이~~바~'를 만나, 마치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처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은 그 어떤 인간들의 연애담보다 설득력이 있다. 로봇인 주제에 인간보다 감정이 절절하고, 로봇이기 때문에 인간보다 순수하고 솔직하다. 그런 솔직함, 이 영화는 마치 인간들에게 '연애를 하려거든 이들처럼 하라'고 말하는 듯 하다. 거짓말 아니라, 보는 동안 순간순간 울컥할 때가 많았다. 나이먹고 혼자 극장에서 눈물 질질짜긴 좀 그래서 굳이 울진 않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은 표정 묘사를 하기 힘든 외모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픽사의 주인공들보다 귀엽다. 월E는 눈처럼 생긴 두개의 렌즈만으로, 이브 역시 눈처럼 생긴 디지털 화면으로 그리고 불사신 바퀴벌레는 더듬이만으로 연기하는데 그렇게들 귀여울 수가 없다. 게다가 모의 그 까칠한 목소리. ("모~!") 특히 쓰레기들을 뭉쳐 큐브로 만들 때의 그 똥싸는 듯한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이제 더 이상 '귀여운 로봇 리스트' 따위에 알투디투가 가장 먼저 랭크되긴 힘들 것 같다.



가장 웃었던 장면: 존 선장이 처음으로 두발로 일어설 때 울려퍼지던, 아주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음악'
가장 맘에든 녀석: 모!!
가장 울컥한 장면: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은 월E의 촛점없고 무감정적인 그 텅빈 눈빛.




'다크 나이트'에 이어서, 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후회했을 올해의 영화 그 두번째 되시겠다.





p.s 1-개인적으로, 엔드 크레딧이 끝나는 걸 모두 지켜 본, 몇 안되는 영화이자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다.

p.s 2-하지만 월E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하면 위험하다. 가만 보면 무서운 것이, 죽은 동료의 시체에서 신발(..)을 벗겨오고 집에 들어가니 예비 눈알이 여러개 구비되어 있다고 생각하면...ㄷㄷㄷ

p.s 3-원래는 픽사보다 아드만빠에 가까웠는데, 아드만 엉아들은 작품을 너무 드문드문 내놔서 감질난다.(그 힘든 수작업...이해는 한다만..) 이참에 픽사빠로 개종할지도 모르겠어.

p.s 4-폐품 덕후 월E의 모습을 보면서 난 이 녀석이 떠오르던데.

이녀석



생긴 것만 봐선 얘도 약간 닮았고..




Trivia
1. 그 유명한 '피자 플래닛 트럭'은 이브가 스캔 작업을 하는 장면에 등장한다.

2. 영화속의 황량한 지구의 바람소리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소리를 이용했다고 한다.

3. 월E가 지구 대기권 밖으로 나오면서 자기 몸에 들러붙었던 잔해물을 치워내는데, 그때 마지막으로 떼어내는 것이 러시아의 인공위서 스푸트닉 1호라고 한다. 스푸트닉 1호는 1957년 발사되었는데, 인간이 만들어 지구 궤도권에 올린 첫 물체다.
 
4. <토이 스토리>의 돼지 저금통 '햄'과 <니모를 찾아서>의 크러시가 까메오로 등장한다.

5. <라따뚜이>에서 스키너 주방장이 타고 다니던 스쿠너도 화면 속 어딘가에 몰래 등장한다.

6. 헐리우드의 전설적 프로듀서 할 로치에 대한 오마쥬로 그의 이름을 딴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게 바로 'roach (바퀴벌레)'다.

7. 월E는 아이팟으로 영화를 보고 이브는 생김새 자체가 아이팟을 닮았다. 2005년 디즈니에 인수되기 전까지 픽사를 이끈 CEO는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였다.
 
8. 월E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 후 감상하는 고전 영화는 1969년작 뮤지컬 <헬로 돌리(Hello Doll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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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전통, 에피타이져격인 단편 <프레스토>도 좋았다. 역대 최고까지는 아니지만(개인적으로 최고는 <리프티드>, 제일 별로인 건 <바운딩>)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한다. 그 짜임새있는 슬랩스틱과 귀여운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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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리뷰] 월-E (WALL-E, 2008)

    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2008/08/21 20:21  삭제

    우리나라에서는 어른들이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아홉수'를 조심하라고 말이죠. 이는 픽사에게는 통하지 않나 봅니다. 하기는 소포모어 징크스도 가뿐히 무시해버린 픽사에게 이런 일종의 징크스 따위는 애초에 범접을 못하는 것일지도요. 픽사의 아홉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월-E"는 아름답고 장엄한 우주를 비추며 시작됩니다. 그리고 화면은 그 우주의 모습을 지나 황량한 지구를 보여줍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쓰레기 더미만 남은 지구. 그 안에 작은 존재가..

  2. Subject: 월-E : 온가족이 함께 본 첫 영화!

    Tracked from Movie rewind 2008/08/21 21:46  삭제

    <월-E>(WALL-E)를 보았습니다. 보기는 무려 일주일전쯤인 14일에 봤는데 요즘 너무 바빠 글 쓸 시간조차 잘 나지않아 이제야 글을 쓰게 되니 저도 꽤나 바쁜가봅니다. 이번에 본 <월-E>에 대한 영화감상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우리 세 가족(저, 와이프, 일곱살 된 딸)의 첫 극장나들이 소감이 있는 글이되기에 리뷰라기보다는 개인적인 가족의 극장관람기가 더 어울릴것같아 카테고리도 제 일상에 넣었습니다. 저는 극장에서 일을 하기에 최신..

  3. Subject: 월-E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2008/08/22 00:19  삭제

    -본편 들어가기 전에 마술사와 토끼의 처절한 한판승부를 그린 보너스 단편이 하나 들어있다. 토끼를 꺼내는 데 사용하는 모자가 진짜로 마술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설정과 당근에 대한 토끼의 집착 및 그런거 전혀 상관 안하고 공연에만 골몰한 나머지 토끼를 화나게 만드는 마술사의 무개념스런 행각이 잘 어우러져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고전적인 서커스나 마술 공연에 사용될법한 포스터 레이아웃과 폰트를 이용하여 스탭롤을 보여주는 수법도 뻔하지만 애교스럽다...

  4. Subject: 월-E (Wall-E, 2008)

    Tracked from Different Tastes™ Ltd. 2008/08/22 00:30  삭제

    월-E 감독 앤드류 스탠튼 (2008 / 미국) 출연 벤 버트, 프레드 윌러드, 제프 갈린, 시고니 위버 상세보기 ★★★★☆ 픽사가 제작하고 월트 디즈니가 배급한 애니메이션 <월-E>는 인간이 버리고 떠난 수 백 년 후의 지구에 홀로 남은 자그마한 로봇을 통해 인간적 가치의 회복을 주장합니다. 월마트를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했던 이 로봇의 이름 WALL-E는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의 약자더군요. 그러나..

  5. Subject: 월-E (Wall-E)

    Tracked from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 레이첼도, 알프레드도 없... 2008/08/22 15:53  삭제

    가족 영화의 테두리 안에서 성인이 같은 상영관 내의 어린이들 만큼이나 만족하면서 즐길 수&nbsp;있는 영화는 찾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nbsp;연출의 포인트를 성인 취향에 맞추다 보면 관람 등급 문제 등 가족 영화의 범위를 벗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령대가 낮은 관객층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게 되기 마련입니다.이 작품이 올 여름 시즌 최고의 가족&nbsp;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상영관 내의 모든 연령층을 만족...

  6. Subject: WALL·E (2008) : 불편하지 않은 디스토피아의 진실.

    Tracked from Mųźёноliс Archives. 2008/08/22 21:44  삭제

    오랜만에 어둡지 않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정신세계가 그쪽이랑 싱크로율 99%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리뷰 자체는 훈훈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미리 주의.) 다크나이트를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우울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면, 당신의 유일한 탈출구는 WALL·E (2008) 뿐이다. 참고로 다크나이크를 관람하기 전에 계획했던 the joker 캐릭터 비교와 비슷하게, The Hitchhiker's Guide to th..

  7. Subject: 월-E _ 우주 최고의 러브 스토리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2008/08/25 14:22  삭제

    월-E (Wall - E, 2008) 우주 최고의 러브 스토리 픽사의 작품은 언제부턴가 그 어느 영화사의 작품들보다 믿고 관람할 수 있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따뜻한 가족애에 감동할 수 있었고, <카>에서는 한 때 잘나갔던 주인공이 사고를 겪으며 자신이 몰랐던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통해 감동을 느낄 수 있었고, <라따뚜이>는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는 진리를 쥐가 요리를 한다는 설정을 통해 완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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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스테판 2008/08/21 2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에 계속 맴도는 '이이이~ 바아아아~' 랄까요^^

  2. BlogIcon poppa 2008/08/21 2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해는 <다크 나이트>와 <월-E>덕분에 영화 볼 맛이 나는 한 해가 되었네요~

  3. BlogIcon 버러지 2008/08/22 0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법루트(?)로는 봤습니다만 혼자 시험 삼아 보고는 울어 버려서(?) 혼자 영화보러 다니는 타입인 저로서는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무서운 작품...OTL; 바퀴벌레를 키워보고 싶어졌어요-3- -蟲-

  4. BlogIcon 나오미꼬 2008/08/22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도 재밌어요... 꼭 보세요 ^^
    리뷰 정말 꼼꼼하시네요..몰랐던 사실들도 get 하고 가여^0^

  5. BlogIcon 배트맨 2008/08/22 15: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영관을 나선후에도 워~어~리, 이~브아 소리가 귀에 계속 맴돌더군요. ^^;
    영악해보이는 이브에게 어떻게 보면 월-E는 어울리지 않는 커플인데, 어쩌면 월-E가 순진한척 하며 작업을 건 것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_^

  6. 마틸다 2008/08/22 1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크나이트도 보고 월 E도 보고 풍요로운 2008년이었어요...^ㅂ^
    이브의 곡선이 너무 아름다워 눈 돌아가겠....;ㅂ; 산업디자인의 승리입니다!!<-뭐래

  7. 마틸다 2008/08/24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또하나 생각난 것.
    월 E의 디자인은 픽사의 상징인 룩소 주니어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요, 그 스탠드 녀석...<- 픽사 전시회에서 알게 된 정보<

  8. BlogIcon 아쉬타카 2008/08/25 1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래 아드만빠 셨군요 ^^;
    저 영화보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월e와 이브 피규어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계속 고민중입니다 --;

  9. BlogIcon feveriot 2008/08/31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선장이 일어날 때 울려퍼지던 그 음악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근데 관객이 적어서인지 저만 웃더군요; 급 난처했습니다.;

    • BlogIcon 바구미 2008/08/31 1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혼자 웃는다고 난처해하실 것 없습니다.
      '너희가 캐치하지 못한 웃음 포인트를 나는 잡아냈다'
      정도로 생각하시고 한껏 거만해지시길.(0ㅂ<)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