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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간에, 어쨌던가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 자연스럽게 웃으며 본 영화는 이게 또 참 오래간만인 것 같았다. 드림웍스는 이미 슈렉에서 먼저 가족 관람용 애니메이션의 진부함을 깨부순 적이 있었다. 이 영화에는 슈렉과 같은 시니컬함과 조롱은 없지만,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오로지 그 두 가지였던 '그 밥에 그 나물'에서 벗어나 진지한 격투 액션까지 제대로 소화한 애니메이션은 점은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디즈니의 인크레더블? 그건 슬랩스틱에 더 가까웠지.)

코믹함과 액션을 한데 묶는 열쇠를 쿵푸에서 발견했다는 점은 참 괜찮은 센스같아서 역시 맘에 든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느낌을 요약하자면, 쇼브라더스의 쿵푸 영화를 동경하는 쿵푸 오타쿠 미국인의 자의식을 문지르고 반죽해서 만들어 낸, 익숙한 창작물이랄까. 내용이나 키워드는 전혀 다르지만 그런 점에서 <포비든 킹덤>을 같은 맥락에 놓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용의 비법서 두루마리에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을 거라는 건 너무 뻔해서 오히려 기대가 되더라는 아이러니함. (아무것도 없는 거 다 아니까 빨리 열어봐 쫌~!!)

좀 더 억지를 부려보자면, 영화의 극적 구조 자체는 <스타워즈>와 닮아있다. 욕망이 강해 변질된 젊은 고수인 타이렁은 딱 봐도 아나킨, 한 번의 실패를 겪은 스승이 심기일전하고 다시 육성해 낸 미완성 제자라는 점에서 포는 루크 아니겠는가. 꽃잎 흩날리며 홀연히 승천한 우크웨이의 모습에서 요다의 마지막을 연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란 말이다. 그리고 신구 두 제자의 대결. 쪼글쪼글한 우그웨이와 조그만 시푸를 합쳐놓으면 요다의 생김새도 얼추 나온다. 물론 철딱서니 뉴호프를 육성함에 있어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느냐 회의적이냐의 차이는 서로 반대지만 말이다.

익숙해서 부담없고 재미있었다. 가장 맘에 드는 신은 역시나 시푸와 포의 만두 쟁탈전. 둘 다 쿨하게 만두를 포기하는 장면에서는....음 뭐랄까, 되게 좋았다 그냥. (더불어, 느닷없이 배가 고파지며 만두를 갈구하는 나 자신을 발견.;;;)

한글 자막 버젼으로 봤는데도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관객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무래도 영어 조기교육 붐이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

나도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는 낄낄대고 웃으면서 봤지만, 영화 초반 부터 극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좀 쓸데없이 많이 웃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너무 삐딱한 생각인걸까. '이 영화 웃기다고 들었는데..'라고 생각하며 웃을 준비 잔뜩하고 보러 간 사람들이 별 거 아닌 장면에서도 괜히 분위기에 휩쓸려 기계적으로 웃는 것 같아서 영 마뜩찮던데.

더빙 싱크로율의 압권은 코불소 교도소장의 마이클 클락 던컨이 아닐까.


p.s 1- 잭 블랙은 이제 미국 영화식 루져의 스테레오 타입이 된 것 같다.

p.s 2- 이 영화의 세계관 안에서 쿵푸 고수들은 일종의 아이돌 스타같은 위치에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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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리뷰] 쿵푸 팬더 (Kung Fu Panda, 2008)

    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2008/06/30 00:43  삭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드림웍스의 3D 애니메이션은 일단 빵빵한 성우진을 자랑합니다. 이번 "쿵푸 팬더"만 봐도 그렇죠. 더스틴 호프만, 안젤리나 졸리, 성룡, 루시 리우, 세스 로건 등에 주인공 팬더 '포' 역에 잭 블랙까지... 그런데 사실 그간의 경험상 드림웍스의 3D 애니에서 기억나는 작품이라고는 "슈렉" 시리즈 정도 밖에 없어요. "마다가스카"는 조금 약하고... 그렇다보니 성우진 외에는 그렇게 크게 건질 만한게 없다는 생각도 들죠. 그렇다..

  2. Subject: 쿵푸 팬더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2008/06/30 20:57  삭제

    -한때 극장가를 석권하였으나 이제는 한풀 꺾인 감이 있는 무협영화와 동물만화(미국에서는 funny animals 라는 별도 장르로 분류한다)의 좋은 점만을 모아 현대 관객들이 한바탕 왁자지껄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히로익 코미디를 만들어낸 제작진의 열의에 경의를 표한다. 어린 관객을 배려한 탓인지 90분 남짓한 상영시간 동안 쉴새없이 개그와 액션이 난무하며 리듬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현실 장면은 매끈한 질감의 3D로, 환상이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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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잠본이 2008/06/30 2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는 시푸가 프리퀄 오비완에서 클래식 오비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서사시인 것입니다 (믿는 사람 쟈쟈빙크스 OTL)

  2. BlogIcon Ryugun 2008/08/09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월E도 재밌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