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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는 장르 영화 세계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다. 슈퍼 히어로 영화와 괴수물 두 장르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인 이안의 <헐크>에는 슈퍼 히어로도 없고 괴수도 없었다. 21세기의 액션 블록버스터에 햄릿 희곡의 주인공을 끼워넣은 만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액션 영화 찍으라고 자본을 대줬더니 그냥 자기 마음대로 자의식 가득한 따분한 영화를 찍고 앉았다니, 그게 용서되는 사람은 팀 버튼 밖에 없단 말야. (팀 버튼의 배트맨 영화들은 그 자체로 마스터피스였으니까.)

이번에 새로 만든 헐크 영화를, 나는 '제왕의 귀환'이라고 말하고 싶다. 헐크는 마블 코믹스 슈퍼 히어로들 중에서 거의 제왕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무식하게 강한 먼치킨이니까 말이다. 그런 제왕이 온몸이 잘 못 입었던 옷을 벗고 화려하게 귀환했다. 역시 헐크는 소리 지르고 때려 부숴야 제 맛이다. 똥개 세마리랑 싸우던 안습의 전작은 잊었다. 도시 파괴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구현함으로써 슈퍼 히어로 영화와 괴수물의 쾌감을 모두 보여줬다.

누군가는 그런다. 이안의 전작보다 깊이와 드라마가 없다고. 나는 묻고 싶다. 깊이와 드라마를, 왜 헐크가 나오는 영화에서 원하느냐고.

건물들과 도로를 다 때려부수는 민폐를 끼쳐가며 어보미네이션과 벌인 긴 대결에 압도되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눈을 뗄 수 없다는 상투적인 느낌이 정말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단 말이다. 상영관 내 에어컨이 너무 강해 배가 아팠는데도 화장실에 가지 않고 근성으로 참아 가라앉힐 정도 였단 말이다.

그리고 <아이언 맨>에서 발동이 걸린 '어벤져스 프로젝트'에 조금 더 가깝게 접근하고 구체화 한 중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슈퍼 솔져 실험과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언급된 것만도 떡밥 중의 떡밥인데(빌어먹을 스티브 로져 편집 신공!!) 토니 스타크가 후광과 함께 등장, 직접 '팀'을 제안하기까지. 그리고 헐크는 분노와 방어 본능을 넘어 '명분'에 의해 변신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냥 무식한 괴물이 아닌 진정한 '슈퍼 히어로'로 거듭났다는 거다. (다만, 너무 깔끔하게 통제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헐크의 매력은 그 불안정함에서 나오기도 하니까.) 헐크가 약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확실히 전작에 비해 크기도 훨씬 작아지고 파워가 작아지긴 한 것 같다. 그치만 뭐, 이안의 헐크처럼 그렇게 킹콩 처럼 크거나 동방불패처럼 막 날아다니면 다른 히어로들이랑 어디 밸런스가 맞긴 하겠냐 싶으니 작고 약해진(?) 것도 나름 이유가 있으려니 한다.

게다가 <아이언 맨>에 뒤지지 않는 유머 감각까지. 한푼 줍쇼 손 벌리고 앉아있는 노튼을 보면서 어떻게 웃지 않을 수가 있나. 스파이더맨 보다 더 불쌍한 히어로는 처음 봤다. 적어도 피터 파커는 거지가 되서 메리 제인한테 손을 벌리진 않았으니까. 그래도 최고의 개그는, "서른 아홉살입니다...." 이거겠지.

배우 얘기를 좀 하자면, 일단 노튼 형은 에릭 바나보다 더 브루스 같다. 에릭 바나는 변신 안했는데도 그냥 헐크 같았단 말이다. 리브 타일러는 전작의 제니퍼 코넬리가 헐크 못잖게 고민 덩어리였던 데에 비해서 헐크의 고민을 덜어주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모성애적 캐릭터가 조금 더 부각된 점이 더 좋았다. (사실 리브 타일러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자체발광이다.) 팀 로스는 타란티노 영화에 나온 것만 봐서 정확히 어떤 느낌의 배우인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터프한 얼굴도 숨어있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랬다.

영화의 교훈, 무식하고 힘 센 괴물의 여자친구들은 일단 맷집이 좋아야 한다. 콩 여친 미스 대로우가 선배다.



p.s 1- 토니 스타크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상영관 안에 있는 사람들 많이들 웃던데, 그 전에 정작 웃어야 할 스탠 리나 루 페리뇨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나만 웃은 것 같다. 아마 내가 미친놈인 줄 알았을 거다.

p.s 2- 이 기술이 불을 끄는 데 사용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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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4- 헐크랑 베티가 나란히 앉아있는 뒷태...결코 헐크에 밀리지 않는 리브 누님의 저 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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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르던 그녀(S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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