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995~1997






배트맨 포에버 / Batman Forever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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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이 '팀 버튼 같지 않음'을 지적하곤 하는데, 물론 그 마음은 동감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애초에 팀 버튼과 다른 곳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다.
억눌린 욕망과 암울함, 좌절감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이 영화는 팀 버튼이 만들어놓은 고딕풍의 시커먼 도시가 아닌, 아담 웨스트의 TV판 배트맨처럼 어떻게하면 까불거리는 만화처럼 보일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 아담 웨스트의 후예들로 채워진 영화란 말이다. 가만 보고있노라면 <딕 트레이시>가 연상될 만큼 알록달록 우스꽝스러운 갱들은 프로 레슬러들의 기믹처럼 깊이같은 건 필요없이 그저 '컨셉'과 '이미지'만 갖고 달려드는 녀석들이다.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가 아닌, 최대한 괴상한 녀석들을 데려다가 배트맨 앞에 놓으면 어떻게 맞고 나자빠지는지를 보는 영화에 더 가깝다.
아마 조엘 슈마허가 이 영화를 찍으며 가장 염두에 둔 건, 짐 캐리의 기존 이미지를 배트맨 영화에 삽입하면 어떤 영화가 만들어지느냐 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래도 이 영화는 다음에 나올 영화에 비하자면 양반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팀 버튼의 유지를 이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암울함을, 적어도 흉내는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배트맨의 단물도 빠지기 시작했다.


Trivia: 1. 짧은 칼을 마구 휘두르는 악당 졸개를 배트맨이 그냥 발로 차서 가볍게 쓰러뜨리는 개그성 가득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팀 버튼의 <배트맨>에서 한 번 써먹은 거다.
2. 딕이 자신을 파트너로 삼으라며 닉네임은 뭐가 좋을까 싶어 이것 저것 말해보는데 그 중에 나이트윙도 있다. 나이트윙은 로빈이 배트맨에게서 독립한 뒤 사용하는 닉네임이다.





저지 드레드 / Judge Dredd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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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영국에서 발간되는 코믹스를 토대로 만든 영화.

어설픈 블레이드 러너, 어찌보면 데몰리션 맨과도 비슷한... 한 마디로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SF물.
꽤 유행했던 스타일의 아류작의 느낌이 더 강하게 풍기는데 주인공이 실베스터 스텔론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저렴해 보이면서도 그런 점이 왠지 더 이질적이어서 오히려 언뜻 보면 멋져보이기도 한 근미래적 도시 디자인은 나름 볼만한데 스텔론의 둔한 액션은 몰입을 방해한다.







팬텀 / The Phantom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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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 역사상 최초의 코스튬 히어로라고 하는 팬텀.

코믹스 자체의 인지도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실사 영화는 굉장히 싱겁고 썰렁한 영화였다. 할머니가 사다 주신 내복 같은 거 입고...무슨 말 같은 거 막 타고 다니는데 그게 좀 깬다. 쾌걸 조로 같은 친구가 말을 타면 멋지겠지만 그 쫄쫄이에 백마라니...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MBC에서 방영 해줬던 걸로 기억하는데...이게 뭐야~하면서 보다가 캐서린 제타 존스가 나오길래 깜짝 놀랐었다. 무명 시절이 아무래도 그 때였던 듯.










저스티스 리그 / The Justice League of America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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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Felix Enriquez Alcala
출연-Matthew Settle,Kimberly Oja,John Kassar & Miguel Ferrer

유튜브에 엔딩신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걸로 봐선 확실히 실제로 만들어진 극장용 영화다.
저스티스 리그를 실사화 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건 감동할 노릇이지만, 캐릭터 로열티 제작비 등 여러가지 문제가 섞여있는지 알토란 멤버인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은 쏙 빼놓고 약간 레벨 떨어지는 플래쉬랑 그린 랜턴만 나온다. 나머지는 듣도 보도 못한 애들이고. 웃긴 건 분명히 그린 랜턴인데 엔딩신 영상에 자막으로 나오는 이름은 그린 랜턴이 아니라는 것. 역시나 그것도 로열티 때문인가.





스틸 / Steel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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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다 아는 영화다. 샤킬 오닐 주연의 망치든 깡통 거인이 주인공인 괴작.

생긴 건 구려도 나름 DC 코믹스 안에서 슈퍼맨 그늘 아래 살아가는 착한 녀석이다. 슈퍼맨이 죽었나 어디갔나 해서 여하튼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대신 '수퍼맨'이름을 사칭(?)하며 갑옷입고 지구를 지키다가 슈퍼맨이 귀환한 다음에 슈퍼맨으로부터 '스틸'이란 이름을 하사(?)받았다는 개인사를 갖고 있다.

이게 요즘 시대에 만들어졌더라면 아이언맨이랑 비슷한 비쥬얼이 되진 않았을까 싶은데.





배트맨과 로빈 / Batman & Robin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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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 '아담 웨스트의 유지를 잇고 싶어하는' 태도가 엿보이는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그냥 아담 웨스트 영화'다. 그냥은 아니고, 돈을 좀 많이 들이고 아담 웨스트 대신 조지 클루니가, 그냥 쫄쫄이가 아닌 젖꼭지 고무 쫄쫄이를 입은 아담 웨스트의 영화다. 전작의 장난끼와 과장스러움이 전적으로 짐 캐리의 영향이라면 이 영화는 그냥 영화 자체가 그렇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그지같은 연기를 하지만 결코 배우가 주범인 영화는 아니다. 주범은 감독.

완벽히 그 시절의 캠피한 소동극을 재현해낸 점이 경이롭다면 경이롭다. 그나마 고민하는 척이라도 했던 발 킬머 대신에 머리는 오히려 희끗희끗해서 알프레드의 동생뻘 정도 되어보이는데 오히려 하는 소리는 더 쓰잘데기 없는 말장난들 뿐인 조지 클루니가 배트맨이다. 로빈은 배우가 바뀌든 안바뀌든 별로 상관없다.

건질 거라고는 우마 서먼의 초현실적인 미모, 그게 다다. 모처럼 등장한 배트걸은 전작의 로빈과 달리 박쥐가족의 훈훈한 환영 속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크루에 편입됐다.

하여간 조엘 슈마허의 두 번째 배트맨 영화를 끝으로 이 시리즈도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카메라를 향해 뒤뚱거리며 달려오는 박쥐 가족의 실루엣으로 마무리를 짓는데, 거기에 자막을 좀 넣어주고 싶다. '이 영화를 끝으로 다시는 이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라고.

Trivia: 1. 바바라가 폭주족들과 바이크 대결을 하러 갔을 때, 우글거리고 있는 패거리 중에는 <시계태엽 오렌지>의 알렉스 일당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

2. 수용소의 재소자 물품 보관소에는 전작의 악당인 리들러와 투 페이스의 옷이 걸려있다.





스폰 / Spawn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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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보고 완전히 꽂혔던 영화다. 당시 내 나이로는 극장에 갈 형편은 못되고 TV에서 방영해준 걸 비디오 테입에 녹화해서 테입이 늘어질 때 까지 돌려보곤 했었다.

이전까지 봐오던 히어로들 처럼 스판덱스 옷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의 세포처럼 스물스물 입혀지는 옷,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은 물질로 만들어진 듯한 검붉은색 망토, 초록색 불꽃으로 타오르는 눈동자까지. 그야말로 간지 그 자체였던 거다. 그리고 당시 배트맨이 얼마나 어두운지 그런 거 잘 모르고 영화를 보던 나로서는 생전 처음 접하는 다크 히어로였던 것. 지옥에서 마왕과 거래하고 살아 돌아온 히어로라니, 얼마나 멋진가.

국내 흥행이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던 걸로 알고있다. 그래서인가, 속편에 대한 소식은 전혀 들리질 않고 있다. 피규어 사업에 맛들린 원작자가 피규어를 더 팔아먹을 떡밥을 그냥 놔둘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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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슈퍼히어로 영화 제작 편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1년에 한 두편 만들어지던 시기를 지나 97년엔 네 편이나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물론 제대로 된 영화는 거의 없다는 면에선 암울한 시기였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영화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쪽 저쪽에서 소재를 끌어 온 것일테고, 그로인해 양적인 발전을 했다는 면에선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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