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대니얼 클로즈(Daniel Clowes)의 기묘한 작품. 이야기의 서사보다는 형식의 독특함에 더 눈길이 가는 실험작 정도로 보인다.
가상의 마을 아이스 헤이번에서 벌어진 아동 납치사건. 사건을 둘러싼 몇명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한다.
장르는 의외로 추리물이 아니다. 납치의 범인은 책 초반부만 봐도 이미 알 수 있으며, 중요한 건 누가 데이빗을 납치했느냐가 아니다. 납치 사건에 엮이고 또 그에 엮여 사슬처럼 꿰어진 인물들의 인간 군상, 그에 대한 관찰이 작품의 주 내용이다. 사실 작중의 인물들도 납치 사건에 대해 떠들고는 있지만 아무도 깊게 신경쓰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데이빗이 갇혀있는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나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묘사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서로 관계를 맺고있는 괴상한 인물들이 어떤 태도로 서로에 대해 반응하는지, 또한 자신에 반응하는 사람에 대해 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덤덤하면서도 몰입도있게 묘사된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면서도 시점에 따라 분위기나 작은 장르가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다. 옴니버스식 구성은 이렇게 사용하라는 마치 교본과도 같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남모르게 혹은 아주 사소하게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관계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 타인의 개입을 싫어하면서도 외로움은 견디질 못하는 미국인들에 대한 우스운 캐리커처인 듯 하다. 흔히 '선댄스'로 대변되는 무덤덤섬세함류 영화들과 많이 닮아있다.
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대니얼 클로즈는, 알고보면 다들 상처입기 쉬운 사람들인데 그들을 한떼 뭉뚱그려놓아 웃자니 미안한 애매한 촌극으로 만드는 데에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특히, 겉모양은 멀쩡한데 들여다보면 늪지처럼 괴로운데도 헤어나올 수 없는 이상한 마을을 잘 만들어낸다. 이 형은 이런 거 참 잘한다.
저예산 실사 영화로 만들면 참 좋을 것 같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