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트라이더를 참 잘한다. 스피드전이야 뭐 사실상 프로의 영역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취미의 범위 내에있는 아이템전은 참 잘한다. 나잇살 먹고 게임 잘하는 게 뭐 자랑이겠냐마는 그래도 잘한다.
잘하는 게임치고 이렇게 정이 안가는 게임도 드물다. 봄버맨 짜가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왠지 버섯 굽는 냄새가 나는 다른 카트 게임과 비스무리한 물건에 정이 붙어봐야 얼마나 붙겠냐마는, 정들만큼 느긋한 맛도 없고 레이싱 장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이 사람 싫은 걸 어쩔 수 있겠냐지만, 사람이 게임 싫은 것도 어쩔 수 없다.
버터핑거인 나한테 잘하는 게임을 그 와중에도 꼽아보라면 MVSS나 카트 정도를 들 수 있겠지만 애정도는 극과 극이다. 여담이지만 MVSS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스파이더맨, 울버린, 고우키가 동시에 등장한 최초의 게임 아닌가.
그런가하면 나는 괴혼이 참 좋다. 오락기를 갖고 싶어하는 취향은 없는지라 게임을 해보기 전부터 그냥 좋아했다. 아바마마의 뻔뻔한 파시스트적 부성애도 좋고 뭔가 쭈구리처럼 억울해보이는 왕자의 표정도 좋다. 타카하시 케이타. 대단한 사람이다. 디자인 상도 탔다지. 미친 감성. 노비노비 보이는 그 절정에 달한 결과물이다.
디자인만으로 이렇게 꽂힌 게임치고 이렇게나 못할 수는 없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그냥 디자인이 좋아서 꽂혔던 보난자 브라더스나 요시 아일랜드는 최소한 데스노트에 개발자 이름을 쓰고 싶진 않았다. 그 당시에 데스노트라는 만화가 없었던 건 중요하지 않다.
괴혼 온라인이 멸망의 길을 걷는건 괴혼 게임 자체가 더럽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시부랄 졸라 어려운 게임. 아니 애초에 공굴려서 누더기를 만드는 게 뭐가 재밌는지부터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을 붙이면 끔찍하게 비명을 지르는 게임의 테이스트 자체는 사랑스럽다. 근데 그 공을 굴리는게 나라는 사실은 참을 수가 없다. 내가 슬쩍 놔둔 바나나를 누가 밟았나 확인했을 때의 즐거움. 그런 게 없다.
아이폰 괴혼은 증오스럽기까지 하다. 봉와직염에 걸린채로 백미터 경주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것처럼, 분명히 몸 어딘가 아프고 빡치게 될 걸 알면서 시작하는 게임이다. 다행히 그걸 즐기진 않으니 아직 변태는 아니라 하겠다. 이걸 사람이 하라고 만든 게임인가 싶기까지 하다. 만든 사람 너네는 할 수 있는거냐.
영화를 영화 자체로가 아니라 배우가 예쁘고 잘생겨서 좋아한다는 사람을 보면 레드 카드를 손에 꼭 쥐어주면서 일년간 극장 출입 금지 페널티를 주고 싶다. 근데 나는 게임을 대할 때 별다를 게 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